‘인용’에는 정해진 형식이 있다. 즉 자신이 인용하는 글의 저자와 출처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바로 위의 인용문을 보라. 학위논문이 아니라 인터넷에 내다버리는 글을 쓸 때도 인용을 한 후에는 저자와 출처를 밝히게 되어 있다. 특히 남의 문장을 빌려올 때는 반드시 따옴표를 사용하게 되어 있다. 참고문헌 빼고 72쪽 논문에서 9페이지면 대략 전체의 12%. 따옴표 없이 출처도 명기하지 않은 채 남의 글을 인용(?)하는 것을 전문용어로 ‘표절’이라 부른다.
이것은 표절이 아니다 - 진중권에서 인용
엊그제 진중권이 변희재에게 논문표절 논란에 대하여 1억 소송을 내겠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다.
한겨레 신문 링크:

표절 논문에 대한 피로감이랄까? 이글루스 일부에서는 그렇고 그런 뻔한 개싸움정도로 보는 모양새도 적잖다.
그래도 자기전공인 미학분야인데 진중권이 석사논문에서 출처도 제대로 표기하지않고 과연 도용이나 표절할 일이 있을까?
하면서 반신반의 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진중권은 앞의 오마이뉴스의 리트머스 칼럼란에서 문대성의 표절때 자신만만하게 내세웠던 것처럼
1992년 자신의 서울대학교 석사 논문에서 제대로 된 인용을 하며, 유리 로뜨만의 글을 함부로 따오거나 하는 행위를 전혀 하지 않았을까?
이런 논쟁을 볼 때 자신이 누구를 지지하든 말든, 또 어떤 정파나 어떤 스탠스에 서있든 간에,
변희재와 진중권 트위터 상의 경마싸움에 귀기울이기나 대부분의 언론지상에서 소개되는 식상하디 식상한 우리편 잘 해라식의 선정적 제목달기에 일회일비하는건, 자신의 정파성만 더욱 도드라질 뿐이지 제대로 된 사태 파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이미 공개된 자료를 찾아보고, 이외에 자신이 부가하여 찾을 수 있는 자료를 더하여 실제 진중권의 논문과 유리로뜨만의 원문과 대조하여 사실확인 차원에서 직접 비교 검증하면 된다. 그것이 표절여부에 대한 올바르고도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그래서, 온라인에서 접근가능한 자료를 최대한 활용하여 화제가 된 논문 부분 중 확인가능한 부분을 직접 읽어보고 비교해 보았다.
본격적으로 비교하기에 앞서 먼저 밝혀둘 점이 있다.
여기에서는 유리로뜨만 1970년에 러시아로 쓴 원문이 아니라, 러시아어 -> 영어로 번역된
1977년 미시간 대학교 출판본인 'The Structure of the Artistic Text' 기준으로 하여 살펴볼 것이다.

영어번역본 서지정보:
Lotman, Jurij 1977. The Structure of the Artistic Text. (Lenhoff, Gail; Vroon,
Ronald, trans.) (Michigan Slavic Contributions 7.) Ann Arbor: University of
Michigan, Department of Slavic Languages and Literatures. 300 p.
유리 로뜨만의 러시아 원서 'Структура художественного текста' 대신
영어 번역본(The Structure of the Artistic Text)을 쓰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유리 로뜨만의 러시아 알파벳으로 된 원문을 옮겨놓고 아무리 단어를 가지고 나열하고 적어놓아봐야,
구필삼도님과 같은 이글루스의 일부 러시아 관련 전공자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한국인에겐,
검은 것은 글씨고 하얀 것은 모니터 이 정도의 수준으로 이해외에는 직접적으로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사람이 아닌 구글번역기등을 이용하여 러시아어 -> 한국어 직접 번역을 내세우기도 뭐한 것이.
한글과 러시아간 언어상의 차이나 어순등 주요 키워드를 제외한다면 번역과정 중에서 정확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건 거의 대부분이 이미 알고 있는 기본 상식이기 때문이다. 반면 영어는 첫째로 교육과정상 한국인 대부분이 기본적으로 학습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둘째로 미시간대에서 공식적으로 번역하여 출판한 것이라 비록 1차 번역된 본이라 할 지라도 러시아 원문과의 대조 비교함에 있어서도 그 신뢰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본격적 논문 비교에 들어가보자
아래 이미지는 앞으로 분석할 텍스트인 이글루스에서도 잠시 화제가 되었던 진중권의 논문 68p
빨강색: 1977년 Lenhoff, Gail 등에 의해 번역되어 미시간대학교에서 출판한 영어본 88~89p
파랑색: 진중권의 1992년자 서울대학교 석사논문 68p
The poem is clearly constructed so as to combine two semantically uncominable groups: a rainy, overcast evening and the song of the lark.
이 시는 의미론적으로 결합불가능한 두개의 그룹('궃은 저녁' 과 '종달새 소리')의 통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는 의미론적으로 결합불가능한 두개의 그룹('궃은 저녁' 과 '종달새 소리')의 통일로 구성되어 있다.
" An evening, misty and overcast" presents a real situation.
'안개자욱한 궂은 저녁’은 실제의 상황을 나타낸다.
The interjection Cu["hark"] makes us expect that something will be said about sounds in the words that follow.
간투사 ‘어’는 우리로 하여금 다음에 이어지는 어떤 것을 기대하게 만든다.
The presence of these two messages forces us to construct a set of possibilities from which the author must choose what follows
이들 두개의 전언이 풍기는 전반적 분위기는 다음에 이어질 몇가지 가능한 텍스트요소의 집합을 제공해준다.
(e.g "the screech of an owl," " the creaking of dry wood,""a moan,""the rattle of bones,""the sound of a bell").
가령 부엉이의 울음소리, 마른 나무의 바삭거림, 신음소리, 종소리 등이 그것이다.
Tjutcev makes his choice from the set of improbable rather than probable continuations.
그러나 추체프는 가능한 것보다는 오히려 불가능한 것의 집합에서 선택을 행한다.
Thus of all the semantic features of the lark, the one activated is "morning bird" (cf. "beautiful morning guest"), which is uncombinable with the picture painted at the beginning.
들려오는 소리는 서두의 그림과 결합될 수 없는 ‘어여쁜 아침손님’, 종달새의 울음소리이다.
Further on the whole poem is constructed on this combining of uncombinables :
시 전체가 이와 같은 결합불가능한 것의 결합 위에 구성된다.
"beautiful morning guest" and "late, dead hour." ,"supple, playful, sonorously clear" and "dead, late hour" (note the transposition of words in the repetitions of the fourth and sixth lines - the syntagmatic axis dissimilates them, thus lowering their predictablity)
가령 ‘어여쁜 아침손님’은 ‘죽은 듯한 늦은 시간’ 과 ‘유연하고 발랄하고 맑은 목소리’는 ‘늦은 죽은 듯한 시간’ 과 결합되며,
All this is crowned by "the terrible laughter of madness"
이 모두는 ‘으시시한 광인의 웃음소리’로 마무리된다.
This is the way the author constructs the message he wishes in convey: unpredictability, the chaos of nature itself, disorder as a cosmic law
이를 통해 작가는 예측불가능성, 자연자체의 카오스, 우주적 법칙으로서의 무질서에 관한 전언을 구성해내고 있다.
결론
다시 '이것은 표절이 아니다' 처음으로 되돌아가자.
마그리트까지 끌어들이며 현란한 수사로 문대성을 꾸짖던 진중권의 표현처럼
진중권의 서울대 1992년 석사학위논문. 이것은 절대로 '논문'이 아니다
러시아원본, 영문번역본, 일어번역본등 각종 번역본을 참조해서 짜깁기하였는지
한페이지에서 시를 다루는 용어가 기본적으로 불일치(안개낀 음산한 저녁 -> 궂은 저녁 -> 안개낀 자욱한 저녁 등)하여 표현의 일관성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촌극을 벌이는 것도 모잘라, 유리 로뜨만 원문 거의 전부를 제대로 된 인용과 출처를 밝히지 않고, 한페이지의 절반이상을 문단 통으로 그대로 베낀 속살이 낱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2013년 현재의 기준으로 본다면 이 정도의 논문은 그냥 '독후감' 정도,
아니 최대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 '요약 번역서' 정도로 평가하는 게 순리인 듯 싶다.
그 뿐이다.
참고 1: 앞의 본문에서 빨간색으로 작성되어진 영어본 확인법
방법 1.
구글북(Google Books) 링크을 통하여
인터넷 이용 가능자라면 유리로뜨만의 영어번역본(The structure of the artistic text)의 원문 일부를 제한적이나마 미리보기로 그 누구나 쉽게 확인 가능하다.
방법 2.
에 가입해서 돈을 지불하고 전문을 다운받아 비교하여 살펴보는 방법이 있다.
참고 2
한눈에 보는 영어번역본과 진중권 논문의 또다른 비교 사례
진중권의 논문 p23 vs. 미시건 대학판 The Structure of the Artistic Text p8
자료: 스나이퍼 엘리트
이후에 더욱 많은 비교의 예는 진중권의 논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현재도 표절혐의 사례를 계속해서 올리고 있는
스켑티컬레프트에서 찾아보는 것이 나을 듯 싶다.
추가사항:
진중권이 그대로 통들여쓰기한 유리 로뜨만의 영어번역본 p88~p89 (이를 공유하고 올려주신 ilbe 스컬리님께 감사드립니다).
뒤늦게 구했기에 구글번역으로 대치했던 이전의 미진한 마지막 문장 영어번역본 수정하고, 이것을 파일로 덧붙여 놓도록 하겠습니다.
관심 있는 분은 다운받아서 직접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영어 번역본 링크: Lotman_P8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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